<p></p><br /><br />지난 18일, 서울의 한 회사 직원 2명이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. <br> <br>"물맛이 이상하다"고 했습니다. <br> <br>그리고 다음날, 회사를 찾은 경찰은 "또다른 직원 한명이 무단결근했다"는 얘기를 듣습니다. <br> <br>경찰이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숨져있었습니다. <br> <br>그의 집에선 다량의 독성물질이 발견됐습니다. <br> <br>중태에 빠진 피해자 한명의 혈액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성분이었습니다. <br> <br>경찰은 숨진 직원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,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. <br> <br>그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선 의문만 남을 뿐입니다. <br><br>Q1. 용의자가 숨지면서 수사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, 범행동기는 나왔습니까? <br><br>경찰이 회사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 강모 씨의 범행동기를 추정할 만한 단서를 포착했습니다. <br> <br>'인사불만'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입니다. <br><br>문제의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은 두명은 모두 강 씨와 같은 부서,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상사들이었습니다. <br><br>특히 중태에 빠진 40대 남성의 경우에 강 씨의 인사권을 가진 간부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, 업무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강 씨를 수차례 나무랐고, 최근에는 회사의 일부 직원들에게 "강 씨가 계속 이런 식이면 지방으로 발령을 내겠다"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온 겁니다. <br><br>경찰은 강 씨가 이 말을 전해듣고 복수심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. <br><br>Q2. 계획범죄란 얘기네요. 대낮에, 60명 정도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어떻게 이런 범행이 가능했을까요? <br><br>강 씨는 사건 다음날인 19일 오후, 자신의 집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. <br> <br>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, 강 씨의 집에선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독성물질이 발견됐고, 강 씨의 휴대전화 등에선 농업용 살충제나 제초제의 원료로 쓰이는 무색의 독성물질을 검색한 흔적들도 나왔습니다. <br> <br>특히나 해당 독성물질과 관련한 논문까지 찾아본 것으로 확인됐는데, 사건 발생 시각은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입니다. <br> <br>경찰은 강 씨가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, 피해자들이 마시고 있던 생수병에 독성물질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. <br><br>Q3. 그런데 정작 피해자들이 마셨다는 생수병에선 독성물질이 안 나왔다면서요? <br><br>어제 오전에 나온 국과수의 1차 감식 결과인데, 피해자들이 마셨다는 생수병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. <br> <br>경찰은 생수병이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, 저희의 취재 결과 이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. <br> <br>피해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강 씨가 보인 이상행동들인데, 회사 직원들이 피해자들이 마시던 생수병을 수거하려고 하니까, 강 씨가 갑자기 "뭐가 이상하다는 거냐"면서 새 생수병을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는 겁니다. <br><br>직원들의 관심을 분산시킨 뒤에 범행에 쓰인 생수병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, 실제 숨진 강 씨의 집에서 발견된 생수병에선 해당 독성물질이 검출됐습니다. <br> <br>경찰은 강 씨 집에서 발견된 생수병이 피해자들이 마신 것과 같은 것인지 대조작업을 벌이는 동시에, 사건 당일 오후 6시 퇴근을 한 뒤 다음날 새벽 3시 귀가할 때까지, <br> <br>강 씨의 추가행적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. <br><br>Q4.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혐의를 밝히는 게 쉽지 않은 것 아닙니까? <br><br>중태에 빠진 40대 간부급 남성의 혈액에서 범행에 사용된 독성물질이 발견됐습니다. <br><br>특히나 강 씨는 지난 10일에도 한 때 회사 숙소의 룸메이트였던 직원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는데, 당시에도 해당 직원이 마신 탄산음료 병에서 이번 범행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독성물질이 발견됐었습니다. <br><br>Q5.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… 그런데 회사는 왜 재빨리 신고를 안 한 거죠? <br><br>지난 18일 두명의 직원이 쓰러졌지만, 정작 경찰에 신고를 한 건 회사가 아닌, 피해자들이 실려간 병원이었습니다. <br> <br>지난 10일 사건의 경우에도 회사는 "문제의 음료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됐다"는 업체 측의 설명을 들었지만,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회사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서 사건을 축소·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데, 그래서 어제 저희가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아가 봤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문틈으로 A4용지 절반 분량의 입장문만 건넸는데, "직원들도 뉴스를 보고 새로운 내용을 접한다"면서 "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취재할 대상이나 정보가 없다"는 내용이었습니다. <br><br>3명의 직원이 범죄피해를 당한 회사에서 낸 입장이라곤 믿을 수 없군요. 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